텔레그램, 독일 정부와 협력하다

춘해보건대학교 외래교수 조정문(safedigital@naver.com)
22년 2월 9일자 독일 언론(Zeit) 기사에 의하면, 텔레그램이 백신 음모론자인 아틸라 힐드만(Attila Hildmann)[1]이 운영하는 채널(Channel)[2]을 독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차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힐드만이 운영하는 채널에 접속하면 영어로 ‘이 대화방은 독일 법을 위반하여 보여질 수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되고 내용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과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 개별 국가의 콘텐츠 차단 및 개인정보 자료 요청 요구에 협조하지 않던 텔레그램이 이렇게 독일 정부의 요청을 들어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텔레그램이 독일 정부의 요청을 들어주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동안 독일정부와 텔레그램사이 벌어진 다음과 같은 사건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강제법(Network Enforcement Act)과 텔레그램
독일 정부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혐오와 같은 불법 콘텐츠(나치 상징 혹은 대량 학살 부정 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2017년 소셜 미디어 기업들에게 불법 콘텐츠 차단을 의무화하는 네트워크 강제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라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불법 콘텐츠를 인지 후에는 신속하게(24시간 이내) 이를 삭제해야 하며, 삭제 요청에 대한 처리 결과를 매 6개월 마다 보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혐오 표현의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가해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법의 규제 대상이 글로벌 기업인 것을 감안하여 독일 내 이법의 집행 업무를 담당할 공신력있는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의 강제력 확보를 위해 이러한 요구들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5십만 유로에서 5백만 유로까지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제정 당시 규제 대상은 일반인에게 영향력인 큰 소셜 미디어 서비스 중 독일 내 이용자가 200만 이상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점차 독일에서도 텔레그램이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소통 창구로 인식되면서 이용자가 증가하여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텔레그램 이용자는 7%에서 15%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텔레그램도 2015년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채널 서비스를 통하여 수만명의 채널 가입자에게 특정 메시지를 유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기술적으로 소셜미디어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독일 정부는 이제는 텔레그램도 네트워크 강제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기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텔레그램의 네트워크 강제법 위반
독일 정부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강제법 집행에 협조적인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과는 달리 텔레그램은 독일정부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텔레그램에게 2건의 벌금 부과를 추진하게 된다. 첫째는 네트워크 강제법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즉각 접근이 가능한 범죄 관련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는 절차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텔레그램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며, 둘째는 법 집행을 위해 독일 내에 책임있는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일 정부는 21년 4월 아랍 에미레이트에 있는 텔레그램 본사에 벌금 부과를 위한 청문회 개최 관련 편지를 보냈으나 텔레그램은 이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텔레그램의 이러한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하여 독일 법무부 장관인 마크로 부쉬만(Marco Buschmann)은 텔레그램에 벌금이 부과되면 텔레그램이 독일 내 보유한 자산을 확인하여 이를 압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고 내무부 장관인 낸시 파에저 (Nancy Faeser)는 독일 내에서 텔레그램의 접속을 차단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텔레그램과 독일 정부와 협력
독일 정부의 텔레그램 차단 경고 압박 등으로 텔레그램과 독일 정부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듯했으나 22년 2월 4일에는 텔레그램 고위급 인사와 독일정부 관계자가 영상 통화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구글 검색을 통해서 확보된 텔레그램의 이메일 주소를 이용하여 접촉이 이루어졌다고 하며 독일 측에서는 내무부 차관 및 내무부와 법무부 관련 담당자들이 참석하였고 텔레그램 측에서도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텔레그램은 독일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고위급 접촉 창구도 지정하였다고 한다. 내무부 장관인 낸시 파에저는 ‘이것은 건설적인 대화의 시작이며 향후에도 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독일 정부와 텔레그램이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 진후 며칠 지나 2월 9일 에는 텔레그램이 백신음모론자인 아틸라 힐드만(Attila Hildmann)이 운영하는 대화방(채널)을 독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차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텔레그램의 향후 행보
텔레그램의 이번 독일 정부와의 협력이 텔레그램의 지금까지의 경영 철학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에 불과할 것인가가 관심 거리가 되고 있다 텔레그램이 힐드만의 채널을 차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1년 6월에도 힐드만의 채널을 차단했었는데 그 때는 애플과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모바일 앱에서만 차단할 뿐 PC용 텔레그램에서는 여전히 힐드만의 채널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텔레그램은 자신들이 직접 힐드만의 채널을 차단하지 않았으며 구글과 애플이 차단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앱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앱 속의 일부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텔레그램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물론 구글과 애플이 독일 내 자사의 플랫폼에서 텔레그램을 삭제할 수도 있다고 압박을 가했을 수는 있지만 실제 차단행위를 한 주체는 텔레그램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2019년에는 텔레그램은 Europl과 협력하여 테러리스트 콘텐츠 차단에 동참한 적이 있으며 21년 1월에는 폭력을 조장하는 수백개의 네오 나치추종자 혹은 백인 극우주의 채널을 차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텔레그램이 아동 포르노의 온상이라는 여론을 의식하여 텔레그램은 “Stop Child Abuse”라는 자체 채널을 운영하면서 매일 아동 학대 관련 채널 삭제 건수를 보고 있으며 아동 학대 신고를 위한 창구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텔레그램이 표현의 자유와 철저한 이용자의 신원 보호라는 자신의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는 있지만 조금씩은 콘텐츠 규제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이미 21년 1월 기준 5억명의 이용자를 기록하여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하였으며 더 이상 창업자의 투자금만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광고 제공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1,000명 이상의 구독자가 있는 채널에는 광고를 허용한다고 21년 11월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른 소셜미디어와는 달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 광고는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며 내용도 160글자로 한정한다고 하며 광고 수익금은 채널 운영자와 공유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상업 광고를 허용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신비주의적 텔레그램 운영 방식의 변경을 동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텔레그램도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장하면서도 불법 유해 콘텐츠의 차단을 위해서는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생각된다.
[1] 부모와 함께 터키에서 독일로 이주한 이민자인 아틸라 힐드만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채식주의 요리사로서 TV에도 출연하는 등 유명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발생 후 봉쇄 조치가 취해지자 이에 항의하는 데모에 적극 가담하면서 코로나를 부정하고 더 나아가 코로나가 국가권력이 시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장되었다는 음모이론을 확산시키며 정부 인사에 대한 폭력까지 선동하게 되면서 독일 사법 당국의 수배 대상이 되었다. 그는 현재 터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과 터키 시민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터키가 자국민을 독일 정부에 인도하지 않는 한 독일 사법 당국이 힐드만을 체포할 수 없다고 한다.
[2] 채널은 사적인 대화와는 달리 일방적 메시지 전달 창구로서, 채널 개설자만 게시글을 올릴 수 있고 채널 구독자는 글을 올릴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널 내 토론방이나 게시글에 대한 댓글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