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조정문(safedigital@naver.com)
서울시는 ‘바람직한 교내 학생 휴대폰 사용방안’에 대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 및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10월8일(금) 발표하여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전망이다. 프랑스, 호주, 영국 등의 나라에서 교내 휴대폰(스마트폰)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이미 정리한 바 있지만[1] 최근에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의 도입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 및 학교폭력 감소에 실제로 도움을 주고 있는가를 밝히려는 연구들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 연구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는 영국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의 블랜드(Louis-Philippe Beland)와 머피(Richard Murphy)가 2015년 발표한 기술, 집중장애, 학업 성취(Technology, Distraction & Student Performance)[2]라는 연구이다.
이 연구는 영국 4개 도시(Birmingham, Leicester, London and Manchester)의 중등학교(11-16세)에서 학교 휴대폰 금지 정책을 도입하기 전과 도입 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추적 비교하였다. 2001년에는 이들 4개 도시에서 휴대폰을 금지하는 학교는 하나도 없었지만, 2007년에는 반 정도가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였으며 2012년에는 98%의 학교가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학교 휴대폰 금지 정책의 도입 전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분석할 수 있었다. 자료 분석 결과 휴대폰 금지 정책의 도입 이후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향상되었으며 이러한 향상은 학업 수준이 낮은 학생과 급식비 면제 대상과 같은 저소득 학생에서 더 현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학업 수준이 높은 학생에게는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긍정적 효과의 정도를 일주일에 한 시간 더 공부하는 것(혹은 일 년에일을 더 공부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였으며, 학업 수준이 낮은 학생에게는 일반 학생보다 약 2배의 긍정적 효과가 초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연구진들은 학교 휴대폰 금지 정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 정책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 연구는 학교 휴대폰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으며 프랑스, 호주 등에서 학교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는 정책 도입의 근거로 작용하였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페인 연구
스페인에서는 2015년 2개 지방자치단체(Castilla La Mancha and Galicia)가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내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조치의 결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 및 학교생활에 어떤 긍정적 변화가 초래되었는가가 관심이 대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대학의 사회경제 학제간 연구소(Estructura de Recerca Interdisciplinar Comportament Economic Social, ERICES) 소속 베네이토(Pilar Beneito)와 빈센트-치리벨라(Óscar Vicente-Chirivella) 교수는 ‘학교 휴대폰 금지 정책이 학교내 괴롭힘(bullying)과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Banning Mobile Phones at Schools: Effects on Bullying and Academic Performance)’ 이라는 보고서[3]를 2020년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2015년 법 시행 후 3년간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자료 분석 결과 12-17세 집단에서 학교 내 괴롭힘은 12- 18% 감소하였고 학업 성취에 있어서는 수학에서 10점, 그리고 과학에서 12점 상승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효과는 학교 휴대폰 이용을 학교 자율에 맡긴 지역과의 비교를 통해서 측정된 것으로서 학교 휴대폰 금지 규정의 시행이 3년도 안된 시점에서 이루어진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고 연구진들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휴대폰 금지 정책은 적은 비용으로 의미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스웨덴 연구
스웨덴에서도 산업경제연구원(Research Institute of Industrial Economics)의 케설, 하르다르도티르, 타이러포스(Dany Kessel, Hulda Lif Hardardottir, and Björn Tyrefors)는 2019년 ‘스웨덴 중등학교에서의 휴대폰 금지의 영향(The impact of banning mobile phones in Swedish secondary schools)’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4]. 이 보고서는 1997년부터 2017년까지의 9학년(중3학년)의 학업 성취 수준을 학교의 휴대폰 금지 규정 도입 전과 도입 후를 비교하였다. 하지만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의 휴대폰 금지 규정은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의 변화가 주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료 분석 결과 영국 및 스페인의 연구와는 달리 휴대폰 금지 규정의 채택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의 증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 2017년 기준 631개 학교가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스웨덴 중등학교의 60%에 해당된다고 함
스웨덴 연구자들은 스웨덴에서 학교 휴대폰 금지 규정 적용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스웨덴의 교육 환경을 지적한다. 스웨덴은 오래 전부터 PC와 태블릿을 포함한 정보통신기기를 학교 교육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올 필요가 없으며 일부 학생들이 휴대폰을 가져오더라도 수업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고 휴식시간에만 사용하여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금지 규정의 적용 이전에도 교사 혹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금지 규정의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 혹은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5]. 연구자들은 이런 경향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덴마크 혹은 노르웨이와 같은 인근 국가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날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영국이나 스페인과는 달리 스웨덴 환경에서는 학교 휴대폰 이용 금지 규정 도입은 불필요한 행정력만 소모할 뿐 실익은 거둘 수 없는 정책이라고 결론 내린다.
노르웨이 연구
노르웨이에서도 노르웨이 경제대학(Norwegian School of Economics)의 굴드빜과 크빈스랜드(Maria Køber Guldvik, Ingvild Kvinnsland)가 2018년 ‘스마트폰 없으면 더 스마트해지는가? 학교 휴대폰 금지정책이 학업 성취, 안녕 그리고 학교 괴롭힘에 미치는 영향(Smarter without smartphones? : effects of mobile phone bans in schools on academic performance, well-being, and bullying)’이라는 석사 논문[6]을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노르웨이 전체 초기 중등학교(lower secondary school)[7]를 대상으로 휴대폰 금지 규정의 적용 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 학교 괴롭힘, 심리적 안녕(웰빙)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조사 분석하였다. 노르웨이에서도 다음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스웨덴과 유사하게 2013년 이후 휴대폰 금지 규정을 적용하는 학교가 증가하였기 때문에 영국 자료보다는 좀 더 최근의 휴대폰 금지 규정의 영향이 분석되었다.
자료 분석 결과 휴대폰 금지 규정의 도입 후 유의미한 학업 성취의 증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학교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 사립학교에서는 약간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심리적 안녕(웰빙)에도 유의미한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단지 학교 괴롭힘은 유의미한 수준에서 감소가 발견되었으며 특히 남학생 집단에서 감소 경향이 더 현저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위해서는 학교 휴대폰 금지 규정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으며 대신 학생간 괴롭힘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이라면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노르웨이의 또 다른 연구[8]는 학생의 성별과 소득 수준 등에 따라서 휴대폰 금지 규정 도입의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분석하였다. 학교 휴대폰 금지규정의 도입이 학업 성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앞선 연구와는 달리 이 연구는 여학생과 저소득학생의 경우에는 학교 휴대폰 금지규정의 도입이 유의미한 학업 성취를 초래하였다고 한다. 이는 여학생과 저소득층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인한 학습 장애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 때문에 학교 휴대폰 금지규정 정책의 혜택을 이들이 더 많이 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 괴롭힘의 경우에는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학교 휴대폰 금지규정의 도입, 특히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생활에서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는 엄격한 금지 규정을 도입하는 학교의 남학생 집단에서 학교 괴롭힘의 유의미한 감소가 초래되었다고 한다.
결론 및 시사점
위와 같은 4개국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영국 연구를 주도한 블랜드(Louis-Philippe Beland)와 머피(Richard Murphy)는 2021년 기고한 글[9]에서 학교 휴대폰 이용 금지정책의 도입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연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는 정책이 조금이라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이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 엄청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 휴대폰 이용 금지 정책의 도입을 반대하는 캠벨(Marilyn Campbell)과 서드(Amanda Third)는 2020년 기고한 글[10]에서 학교 휴대폰 이용 금지 규정의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미미할 뿐이며 이를 위해 엄청한 행정력이 소모되는 학교 휴대폰 이용 금지 규정의 도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캠벨과 서드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휴대폰 금지 규정의 도입으로 인한 이익과 이 정책의 집행을 위한 비용에 대한 좀더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며, 긍정적인 효과로는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학교내 괴롭힘 감소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학생의 사회적 배경이나 학업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영국,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할 때 학교 휴대폰 이용금지 정책은 각 국가 혹은 개별 학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교내 휴대폰 이용으로 인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나라(지역) 혹은 학교, 그리고 학교 휴대폰 이용금지 규정을 집행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서는 이 정책의 도입 이익이 손실보다는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같은 학교에서도 휴대폰 금지정책의 도입으로 인한 효과가 학생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즉 휴대폰으로 인해 학습장애를 더 많이 경험하는 여학생이나 저소득층 혹은 저학업 성취 집단을 우선한다면 이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는 학생을 우선한다면 이 정책의 도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학교 휴대폰 이용금지 정책의 도입을 결정하기 전 우리의 상황이 영국이나 스페인에 더 가까운지 아니면 스웨덴 상황에 더 가까운지, 그리고 저소득층이나 저학업 성취자를 우선 고려할 것인지 아니면 중산층이나 고학업 성취자를 우선 고려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 우리의 상황이 영국이나 스페인에 더 가깝다면 그리고 저소득층이나 저학업 성취 학생을 우선 고려한다면 이 정책의 도입으로 인한 실익이 클 것이며 반면 스웨덴과 가까운 상황이거나 중산층 혹은 고학업 성취 학생을 우선한다면 이 정책의 편익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지적과 함께 교내 휴대폰 이용금지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것이 학생들의 휴대폰 이용에 대한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학업뿐만 아니라 업무 중 불필요한 휴대폰 이용은 업무 성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교내 휴대폰 이용금지 규정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관리 방안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1] https://digital-citizen.tistory.com/47
[2] https://blogs.lse.ac.uk/politicsandpolicy/phone-home-should-mobiles-be-banned-in-schools/
[3] https://www.erices.es/upload/workingpaper/99_99_0420.pdf
[4]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41850819_The_Impact_of_Banning_Mobile_Phones_in_Swedish_Secondary_Schools
[5] 물론 스웨덴에서 학교 휴대폰 금지 규정이 도입되었지만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아서 규정 변화가 초래한 체감 변화는 크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6] https://openaccess.nhh.no/nhh-xmlui/handle/11250/2586497
[7] 초기 중등학교는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됨
[8] Abrahamsson, Sara. 2021. Distraction or Teaching Tool: Do Smartphone Bans in Schools Help Students? Norwegian School of Economics
[9] https://theconversation.com/banning-mobile-phones-in-schools-can-improve-students-academic-performance-this-is-how-we-know-153792
[10] https://theconversation.com/no-education-minister-we-dont-have-enough-evidence-to-support-banning-mobile-phones-in-schools-15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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