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 설리 구하라 씨 등이 악성댓글로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클릭 한번으로 험한 욕설도 아무런 제제 없이 쉽게 내 뱉을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사이버폭력의 가해자 및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사이버폭력은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혹은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등 오프라인 관계가 없는 사람사이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학교급우 혹은 직장 동료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사이버폭력이 실제 얼마나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고등학생 4,662명과 20세에서 59세까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10-11월 사이에 조사한 자료를 통해 사이버폭력의 실상을 살펴본다
인터넷 이용자 10명중 3명이 사이버폭력 경험
사이버폭력이란 사이버(인터넷, 휴대전화 등) 공간에서 언어· 사진· 영상 등을 통해 타인에게 피해 혹은 불쾌감을 주는 행위로서, 욕설·거친 언어·인신 공격적 발언과 같은 언어폭력,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시하는 명예훼손, 반복적으로 이메일 및 쪽지를 보내어 공포 및 불안감을 유발하는 스토킹, 성적 동영상이나 사진을 퍼뜨리는 성폭력,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행위, 인터넷 대화방에서 상대방을 왕따시키는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머니나 게임 아이템을 빼앗는 사이버 갈취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의하면 사이버폭력 경험률(가해 및 피해 포함)은 32.8%(가해율 21.6%, 피해율 24.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3명이 사이버 폭력의 가해 혹은 피해를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인과 청소년 중 누가 사이버폭력을 더 많이 경험할까? 같은 조사에 의하면 성인(20-59 세)의 43.1%(가해율 24.1%, 피해율 36.8%)가 그리고 청소년의 29.5%(가해율 20.8%, 피해율 20.8%)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져 의외로 성인들의 사이버폭력 경험율이 더 높았다. 흔히 사이버폭력은 청소년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성인에게도 사이버폭력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밝혀졌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성인의 경우에는 피해율이 가해율보다 더 높았으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가해율과 피해율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는 청소년들은 일방적인 가해 혹은 피해보다는 서로 가해와 피해를 주고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인들 중에는 어떤 집단이 사이버폭력을 더 많이 경험하는지를 살펴보면, 예상대로 인터넷 이용이 왕성한 20대의 사이버폭력 경험율이 가장 높아서 20대의 사이버폭력 경험율은 55%인 반면 50대의 사이버폭력 경험율은 39.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리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사이버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어 남성의 47.5% 그리고 여성의 38.6%가 각각 사이버폭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청소년들 중에는 어느 연령층이 사이버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될까? 초등학생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이 사이버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고등학생보다는 오히려 중학생이 사이버폭력을 약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중학생의 가해 및 경험율은 각각 25.1%와 22.2%인 반면 고등학생의 가해 및 피해 경험율은 22.9%와 20.6%임). 이는 중2병이라고 불리는 사춘기 중학생들의 고민과 갈등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그리고 남학생과 여학생간 비교에 의하며 일반적인 기대대로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가/피해 경험율이 더 높다. (남학생의 가해 및 피해 경험율은 각각 25.2%, 22.0%이며 여학생의 가해 및 피해 경험율은 각각 15.5% 19.5%임)
앞서 청소년은 성인 집단과는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폭력을 주고받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런 가/피해 중첩현상이 청소년의 학년과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자. 중학생과 고등학생 그리고 남학생은 가해경험(각각 25.1%, 22.9%, 25.2%)이 피해경험(각각 22.2%, 20.6%, 22.0%)보다 더 높았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남을 괴롭히는 사례가 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보다 더 많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등학생과 여학생의 경우는 그 반대여서 피해경험(각각 19.8% 19.5%)이 가해경험(각각 14.3%, 15.5%)보다는 더 많았다. 즉 초등학생과 여학생은 사이버공간에서 남을 괴롭히는 경험보다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초등학생은 다른 선배로부터 그리고 여학생은 다른 남학생으로부터 공격 받는 수도 있어,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취약 집단임을 의미한다.
앞서 사이버폭력은 언어폭력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으며 스토킹, 성폭력, 명예훼손 등 온라인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포함함을 지적하였다. 그러면 이런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사이버폭력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의하면 성인의 경우 언어폭력의 비율은 22.4%이나 스토킹, 성폭력, 명예훼손, 신상정보 유출은 각각 22.2%, 18.5%, 13.2% 11.5%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이버폭력이 언어폭력 이외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에는 이런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3-6%로 그리 높지 않아 여전히 언어폭력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사이버폭력은 오프라인 괴롭힘의 연장이기도 함
사이버폭력은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므로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일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의하면 성인 사이버폭력 피해자들의 60.7%는 ID(닉네임)만 알 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그리고 29.9%는 게임·채팅·카페 등에서 알게된 사람으로부터 그리고 오직 25.0%만이 아는 친구·동료·지인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경우, ID(닉네임)만 알 뿐 모르는 사람에 의해 피해를 당한 경우가 57.9%인 반면, 아는 지인에 의해 피해를 당한 경우는 66.5%(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 32.9%, 같은 학교 친구 및 선후배 24.5%, 다른 학교 친구 및 선후배 9.1%)로 오히려 학교의 급우와 선후배 등 알고 지내는 친구로부터 사이버폭력을 더 많이 당한다고 한다. 이는 청소년의 많은 사이버폭력은 사이버공간에서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라 현실 오프라인에서의 괴롭힘과 갈등이 그대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간 것임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사이버폭력 가해 이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청소년 사이버폭력 가해 이유 1위는 ‘상대방에 대한 복수’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을 넘어 올바른 소통에 대한 관심이 필요
사이버 폭력은 신체적 상해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 폭력만큼 그 상처가 크지 않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신체적 고통보다는 마음에 남긴 상처이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 남긴 폭력적 한 마디는 가해자가 지우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으며 설령 지웠다하더라고 이미 다른 곳으로 공유되어 모든 것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해자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피해자를 찾아서 괴롭힐 수 있어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는 매우 심각하다. 이런 점은 사이버폭력과 전통폭력을 비교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폭력 피해 후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비율은 전통 폭력(17.6%)보다는 사이버폭력(25.2%)에서 더 높다고 한다. 따라서 사이버폭력은 일회적인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하고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사이버폭력의 해소를 위해서는 사이버공간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간의 사이버폭력과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간 사이버폭력간 차별화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간 발생하는 사이버폭력의 예방을 위해서는 온라인 소통의 위험성 – 온라인에서는 누구나 쉽게 가해 및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 –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이버폭력 가해 이유로 ‘재미나 장난 및 스트레스 해소’, ‘나와 의견이 달라서’, ‘주변에서 하기 때문에’ 등을 언급하는 점은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이 쉽게 폭력을 유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간 괴롭힘과 갈등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경우에는 오프라인 관계 그 자체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됨에 따라 학부모나 선생님들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지 쉽게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Z세대라고 불리는 신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세대와 신세대간 소통의 단절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유아 때부터 비대면의 온라인 소통에 과잉 의존한 청소년들은 대면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의 결핍으로 소통 장애를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및 직장 등에서 올바른 소통 및 관계를 맺고 유지·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관계’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은 천주교 경향잡지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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